책을 읽기로 결심하다.
때는 3월, 당시의 나는 앞으로 지속적인 독서 습관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일에 몰두하느라 주변 거시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살펴볼 새가 없었다는 점, 그리고 내 앞으로의 커리어를 어떻게 잡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는 점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책을 읽기 시작하다.
그렇게 지금까지 7권의 책을 읽었는데(한달에 약 2권의 책을 읽은 셈이다)
https://hsol.tistory.com/980
책의 주제를 보면 알 수 있다시피 나는 지난 100일동안 이런 책을 읽기로 했었다.
- 나의 관념을 바로잡아줄 책들
-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에 조금 더 주권을 줄 책들
- 경제라는 큰 그림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줄 책들
책이라는 매체
처음 책을 읽을때는 일단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험난했던게 랩탑, 스마트폰, TV 등 디지털 매체에 더 익숙해져있던 나에게 종이책이라는 매체는 굉장히 지루했다.
그래서 첫 도서에서는 더 익숙한 태블릿, 킨들 을 사용해서 같은 책을 동시에 읽어보려는 시도를 했었다.
하지만 다시금 종이책으로 돌아왔는데 이런 이유들이 있었다:
-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을 눈으로 읽고 머리로 문구를 해석하고 내 나름대로 상상해보고 손으로 책장을 넘기는 여러 복합적인 행위였고 이것이 전자책에서는 얻을 수 없었다는 점.
- 태블릿과 같은 완전 스마트한 기기는 유튜브나 SNS 로 돌아가려는 나의 욕망에 쉽게 자신을 내어주는 기기였다는 점
- 그 이외에도 종이책은 실제로 나에게 남아있는 자산이 된다는 점도 맘에 들었다. 내 책장이 채워져 가는 것이 눈에 보였고 알록달록한 표지들을 내 눈에 만족감을 주었다.
그러던 와중 나는 책을 읽는다는 습관이 근미래 나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회고일을 미리 정해놓고 시작했다. 맞다, 바로 오늘이다.
책 읽는 습관이 무엇을 바꾸어 놓았는가
사실 별거 바뀌지 않을 줄 알았다. 겨우 3개월 읽어보고 뭐가 바뀔까 싶기도 했었다.
하지만 의외로 과거의 나를 돌아보았을 때 바뀐게 있긴하다.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현재를 살고있는 사람들에게는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굉장히 어렵다. 특히나 정적인 자세에서 한 곳에 눈을 집중하고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어려운 성인 ADHD 를 기본 장착하고 있는이상 거의 불가능하다.
나도 처음에는 단 1시간을 집중하기도 힘들었다. 읽기위해 읽는 억지적인 상황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한 일주일을 내 자신과 싸워왔을까, 나는 책 한권을 한 자리에서 모두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와 싸우는 과정에서 나는 이런 것들에 신경을 써왔다.
스마트폰을 찾는 나를 억제하기
진짜 병적으로 스마트폰을 만지려 한다. 심지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버릇처럼 스마트폰을 쥐고 시간이라도 보려한다.
책을 읽는 와중에 자꾸 스마트폰에 손이 가길래 일단 가방에 넣고 지퍼를 닫아버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마저도 열어서 꺼내려는 내 자신을 보게 된다. 내가 이 작은거 하나 못이겨? 라는 심정으로 버티고 또 버텼다.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내가 책을 읽고 있고 아직 덜 읽은 책이 있다는 사실을 자주 까먹는다. 하여 하루종일 책을 한 자도 읽지 않고 지나간 하루도 꽤 있었다. 그래서 나는 Google Calendar 일정알림에 책읽기를 넣어놓고 이 알림이 울리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었던 간에 책을 읽었다.
가방이 바뀌었다.
원래 내가 직장에 다닐 때 쓰는 가방은 더플백이다. 화장품이나 기타 기기, 노트북 등을 넣어서 가지고 다니기엔 더플백이 최적이었다. 노트북은 백 크기와 동일하여 움직일 일이 없었고 기타 짐들은 가방에서 나돌아다녀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책은 조금 달랐다. 더플백에 넣어 다니니깐 책들이 서로 부딪히며 표지에 스크래치가 생기고 종이가 구겨졌다. 어쩔 수 없이 학생일때 내내 메고다니면서 등에 땀이 차서 싫어했던 백팩을 하나 장만해서 넣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요즘은 백팩만 메고 다니는 것 같다.
SNS 를 만들었다.
뭔가 개인용이 아니고 그렇다고 또 상업용 SNS 는 아니지만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꾸준히 올리는 SNS 라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독서를 시작해서 독서 인스타그램을 만들었다.
블로그에 올리는 글을 요약해서 올리고 그에 맞는 커버 이미지를 디자인하거나 짜집기해서 만들어 올린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요 몇년간 나는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이었다. 블로그의 마지막 글도 거의 4년의 텀을 두고 있었다.
그랬던 내가 독서를 통해 글을 다시 쓰게 되었다. 독서록을 블로그에 남기게 된 것이다.
블로그에 독서록을 쓰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글을 쓰는데에도 거리낌이 없어지게 되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꽤나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나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진다는 것과 표현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는것, 그리고 나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위한 정성을 들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꼭 써보고 싶었던 글감 또한 다루게 되었다.
https://hsol.tistory.com/996
나를 리프레시할 기회가 생겼다.
나는 꼰대였다. 좋게 말하면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고집이 센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거기에 더해서 주관을 딱히 바꾸지않고 오랫동안 유지하다보니 옛날 경험을 토대로 낡은 주관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주관이라는 것이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저 도전을 피하는 고인물, 무조건 자기가 맞다는 꼰대 등 나쁜 쪽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 책이라는 매체는 내 주관에 도전을 해왔다. 내가 하는 생각과 알고있는 지식들에 대해서 "그거 말고 이런 방식도 있어", "내가 경험해보니 이건 이래" 라는 저자들의 경험이나 의견들을 접하면서 새로운 생각들을 할 기회들이 생겼다.
앞으로는
이제 100일이다. 긴 것 같지만 사실 짧은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나는 책을 대하는데에 있어 이런 태도를 가지려고 한다.
이 습관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은 내가 스스로 생각을 하는행위를 끊이지 않도록 해주었고 디지털 세계에 지나치게 빠지지 않도록 한번씩 나를 밖으로 빼내주었다. 그리고 책은 내 분야 이외의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도록 도와주었다. 앞으로 해나갈 일들이 내 분야만 잘해서는 제대로 되지 않을 일들이 대부분인데 나보다 더 먼저 겪은 사람들이 쓴 책들은 나에게 멘토가 되어줄 것이다.
다른 카테고리의 책도 읽어볼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자기계발서, 경제서, 전문서를 읽었다. 나에게 필요했고 읽어서 남는 느낌이 확실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렸을 적의 나는 소설과 시를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이런 책들을 마음의 양식이라고 한다. 이젠 마음에 밥을 줄 시간이다.
뿌듯하다. 나에게 이렇게 지속적으로 가지는 습관이 있었나?
책에게 감사한 감정이 절로드는 회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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