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지인추천
단순하게 지인추천이라기 보다는 앞으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조언을 받은 투두 리스트의 일부.
나야 막상 뭘 해야할지 흐릿한 상황에서 할만한 것들을 던져주는건 언제든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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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서 삶의 방식을 비유하기 위해 차용한 차선이론에 따르면 나는 최근까지는 서행차선을 달리고 있었다.
시간당 속력을 높이기 위해 자기계발해왔고, 목적지까지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절약하고 또 절약하라는 어른들의 말씀을 당연한 성공방정식으로 섬겨왔다.
그 와중에 더 빠르게 목적지에 가고 싶다는 욕망에 한 투자들은 별 지식도 없는 투기성 매매에 다들 한번씩은 겪는다던 주식매매방, 종목추천방을 돌며 그저 원금 까먹기에 불과한, 가끔 나는 작은 수익에 잠깐의 쾌락을 얻는 오락이었고
아니, 그렇게 보면 몇년 전까지는 사실 서행차선이 아니라 인도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절약, 저금마저 생각치 않고 새로운 경험이 최고라는 스스로의 철학으로 할 수 있는것 하고 싶은 것은 모두 하고 살았던 것 같다.
다들 말하듯이 여행은 도보 배낭여행이 최고라고, 목적지까지 향하면서 주변 구경도 하고 맑은 공기도 마시면서 걷는것도 한번씩 멈춰 저 멀리 모여 캠프파이어 하는 친구들에게 어깨동무하며 술과 함께 신나게 춤도 추면서 쉬어가면서 지냈다.
후회만 하진 않는다. 그렇게 생활한 거의 6년이라는 세월동안 부에는 전혀 가까워지지 못했지만 나는 적어도 내 주위에서는 가장 많은 경험을 해봤을 거라고 자신하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 서행차선에서 그나마 편하게 달리고 있었던 것도 이때의 경험들이 한 몫씩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돌입한 서행차선이 명절 고속도로라면 나는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진 고급 리무진버스에서 편한자리 하나 차지하고 좌석을 확 젖혀놓고 반쯤 누워가고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저 누워있으면 알아서 조금씩 앞으로 가고 끝 없이 밀리지만 결국 언젠가는 도착할 목적지를 향해 창문 밖으로 가끔 배기음과 함께 지나가는 슈퍼카들도 구경하면서 아 쟤넨 저렇구나 대단하지만 나는 이정도로 만족해, 라고 되뇌이면서.
그런데 이 버스 운전사가 난데없이 탑승거부 선언을 해버렸다!
더 이상 나를 태우고 가기 싫다는 선언과 함께 버스에서 대차게 밀어 내쳐버린 탓에 나는 지금 서행차선 한복판에 주저앉아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책에서 인상깊게 읽었던 주제는 부의 공식, 시간, 실행
공식은 먼저 책을 추천해주신 분이 강조했던 것이라 좀 더 관심있게 읽었는데, 결국에 이 세상도 인과에 의해 돌아가는 것이다 보니 해석하고자 하면 해석할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 해석을 이 저자는 어떻게 했고 어떻게 활용하고자 했는지에 대해 방정식으로 풀이하여 표현했다. 사실 읽고나니 어렵지도 않은 방정식이다. 그 변수를 잘 넣는것이 어려울 뿐이지.
인도를 걷는 사람들의 부의 공식은 [소득 + 빚] 이라고 한다.
이 또한 맞는 말인 것 같다. 나는 내 신용을 포함한 마이너스 자산을 부의 목적으로 사용한 적이 있다.
세상에 경험할 수 있는것은 굉장히 많은지만 사회 초년생이었던데다가 내 소득만으로 감당하기 힘든 경험들도 있었다 보니 내가 부를 위해 고민하는 것은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 대출등을 활용하여 총 자산을 제로로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었다.
어느 순간 나이는 들어가고 나에게 남은 자산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호화로운 인도를 벗어나 서행차선에 올랐다. IRP 를 개설하고 펀드에 돈을 맡기며 고금리 소액 적금을 여러개 꾸준히 돌리는 그런 서행차선.
여기서 서행차선의 공식 [원금 + 복리] 에 대입하는 원금 변수의 원천이 시간이라는 것에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그 변수의 총량은 일정하고 심지어 충분한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 제한된 자원으로 인하여 나 자신의 최고속도를 제한 당할 것이고 제한당한 채로 나오는 기대치는 지금 당장 계산해도 평범한, 우리가 좇는 꿈은 절대 아닐 것이라는 이야기인 것이다.
때문에 내가 아무리 지금부터 열심히 저축을 하고 연봉을 올려도 결국에는 은퇴까지의 남은 시간과 그 시간동안 벌어들일, 혹은 벌어들일지 알 수도 없는 소득이 한계라는 것이다.
사실 이 풀이도 좋았지만 나의 "택시를 타는 일은 내 돈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낭비될 내 시간을 사는 일이다" 라는 부모님과 친구들이 질색팔색하는 내 주장과도 통하는 것 같아서 읽으면서 왠지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나는 맨발로 던져진 이 서행차선의 도로 위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우선 당연히 내가 했던 생각은 서행차선의 다른 차를 잡아 타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제 만 스물 일곱, 졸업하기도 전에 일을 시작해서 8년을 일해왔는데 색다른 생각을 할게 뭐가 있었겠을까? 그렇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뜨거운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에 왜 이 일을 시작했었는지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게 무엇이었는지, 그때 생각했던건 이뤄냈는지 결정적으로 지금 당장 나는 행복한지.
그래서 나는 먼저 지금 하던것을 멈추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 찾아왔다.
자의이던 타의이던 나는 나를 온전히 소유할 수 있게 되었고 내 안에 선택의 마력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자조적인 태도로 보자면 말이좋아 소유지 내 시간을 판매하는 업을 그만두고 시간을 돌려받은 백수가 되어버렸다는 이야기다. 지금 내 위치와 상태를 이해하는 것은 다음 계획을 세울 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1. 나는 내 시간을 온전히 나에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2. 돈이 열리는 나무의 씨앗도 내 손안에 있다. 운이 좋게도 마침 나는 개발자이다!
그럼 무엇이 고민이겠는가
추월차선이라는 도로에서는 그 누구도 운전해주지 않는다. 내가 나를 운전해야 하고 목적지도 내가 정해야 한다.
그럼 이제부터 저자가 안내하는대로 내 목적지를 자세하게 정의해본다.
1단계. 라이프 스타일을 정의하라
나는 대한민국, 서울 강남구의 전원주택에서 살고싶다. 왜 굳이 강남구냐고?
서울에서 가장 뛰어난 인프라, 언제나 최신의 문물을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동네, 차량 없이도 시내 어디든 돌아다닐 수 있는 교통망, 무엇보다 시민들의 의식수준이 상대적으로 굉장히 좋은점이 가장 맘에 들었다.
아, 차도 한대 있으면 좋겠다. 사실 나는 운전을 딱히 좋아하지도 않고 돌아다니는 것보단 집에 박혀있는게 더 좋다. 하지만 모름지기 여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상상한다면 적어도 한대 있어서 나쁠건 없을 것 같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취미는 식도락이다. 내 코와 혀는 민감하고 꽤나 다양한 재료와 향신료마다 다르게 반응한다. 하루에 적어도 한번씩은 새로운 음식을 찾아다닐 것이고 겪어본 바로 이는 꽤 지출이 생기는 일이다.
그리고 나는 술에도 진심이다. 이 술이란게 정말 지갑을 열자면 끝이 없는 취미라 입문했다가 지금은 호되게 당한 상태. 내 라이프 스타일에 술이 빠질 수는 없을 것 같다.
이게 지금 눈을 치켜떠 보았을 때 보이는 내 목적지다. 전원주택에서 살면서 생계를 위해 일하지 않고 자아실현을 하며 사는 삶. 목적지를 정했으니 내가 내야할 속력을 측정 해봐야겠다.
2단계. 비용을 계산하라
난 위 라이프 스타일을 적어도 35살에는 가질거다. 그럼 지금부터 7년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걸 매달 필요한 비용으로 환산해본다.
가장 최근에 나온 맘에드는 강남의 전원주택 매매가는 74억원. 수수료 1억, 세금 5억에 보유세까지 계산하면 80억이라고 치자. 80/7/12 = 약 95,230,000
내 애마가 될 미니 컨버터블은 깡통이 5000만원, 이것저것 붙이면 7000 만원정도 나온다고 한다. 집으로 한방 먹고 시작하니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아보인다. 7000/7/12 = 약 833,333
음식은 매주 적어도 하이엔드 오마카세 한번에 세끼 먹고싶은걸 1인분 먹는다고 가정해봤을때
(15 * 6 + 45) * 4 = 5,400,000
술은 일주일에 한병정도 사서 즐기는 것 같으니 100 * 4 = 4,000,000
집과 차, 그리고 음식과 주류를 라이프스타일이라고 모아 한달 비용으로 합산한다면
오 ... 앞으로 한달에 105,463,333 원씩 수중에 들어오면 된단다. 한달 1억 ...
뭔가 이상하다.
분명 엠제이는 자기는 14,000 달러라고 그랬는데 ... 아 집이랑 차가 월세와 렌트 비용인 것 같다. 다시 계산해보자
매매가 기준 전환율 3% 잡고 계산하면 월세 21,250,000원이 나온다. 이제야 말이되는 것 같다.
말이 ... 되는것 ... 같다 (입술 꽉)
미니쿠퍼는 리스가로 332,043 원이라고 한다. 확 낮아졌다.
그렇다면 어이가 없지만 내 총생활비는 3,100 만원이다.
이게 다 미쳐버린 강남 땅값 탓..
방심하긴 이르다. 아직 세금계산을 안했다. 물론 세율은 다르겠지만 엠제이는 0.6으로 나눴다.
=> 51,636,738
그렇다 나의 라이프 스타일의 순 생활비는 약 5,200 만원인것이다.
3단계. 목표를 정하라
나라고 못할게 있을까 오히려 더 빨리 시작하는 것일 수도 있지 않나? 난 나이가 깡패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니깐.
돈이 들어오는 시스템의 목표액은 순생활비에 12를 곱한 후 0.05로 나눈다.
=> 1,235,684,560 (1달)
사업 시스템 목표액은 순생활비에 5를 곱한다.
=> 258,183,690 (1달)
나는 이제부터 한달에 2억 5천의 매출을 올리는 사업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사업 시스템과 더불어 [순이익 + 자산가치] 로 이루어진 한달에 12억의 가치가 생기는 돈이 들어오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4단계. 실현하라
어 ... 할만한가? 이 타이밍에서 나 정말 욕심보가 그득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생각보다 연매출 36억을 올리는 회사는 이 나라에 적지 않다. 토스는 지난해 연매출 7천억이었다.
일단 뭐라도 실행해보자는 저자의 25센트 저금과 같은 맥락에서 나는 글을 써봤다.
그리고 앞으로도 글을 쓸 것이다. 지금의 나를 기록할 수 있으며 생각을 정리하는데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실현은 지금부터 하는게 중요한거지 얼마나 하는건 크게 상관없지 않을까.
물론 위에서 계산해보니 마음을 굳게 잡아야하긴 할 것 같다.
멍청한 모험만 일삼던 나에게 지적인 모험의 시작이 열린 기분은 조금 불안함도 있지만 나쁘지만은 않다.
어쩌면 지금 이 상황은 "언젠가 내가 하고 싶은걸 할거야", "언젠가 창업해서 부자될거야" 같은 말을 하던 나에게 온 영향격차의 시작점이 아닐까. 나비효과의 날개짓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책을 펴면서 들었던 생각은 역시나 "그래서 누가 책임져주나?" 인데 다 읽고보니 원래 나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는게 맞다. 실패하면 다시하면 되는거고, 실패하더라도 원인을 점검하고 멈추지 않으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머릿말부터 내 가슴을 후벼파고 시작한 이 책은 세상에 붕 떠버린 나를 톺아보는 시간을 만들어줬다.
나머지 페이지들은 사업에 돌입했을때에 해당되는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아직 내가 보기에는 이른 것 같아 적당히 훑어보기만 했다.
나는 이 책을 조만간 다시 찾아 읽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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