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났다, 일단은.
미친듯이 달려왔던 몸을 이제야 조금 쉬인다.
긴장이 풀리는 듯하니 몸이 반응을 해왔다. 열심히 해왔다는것을 증명이라도 하는듯이 미뤄둔 감기에 걸리고 낫는듯 하더니 2024년을 맞아 코로나에 걸려버린다. 아무래도 면역력이 바닥을 쳤었나보다.
제주도에 다녀왔다.
원래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워크샵이라는 변명하에는 다녀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동료와 출발한 제주도는 비가왔고, 맑았고, 따뜻하고 그동안 마냥 전력질주만 하느라 보이지 않았던 평화로운 주위 풍경과 여유로운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앤틀러 Phase 1 이 23년 12월 22일에 공식적으로 종료되고 아쉽게도 나의 팀은 앤틀러 포트폴리오사에 속하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앤틀러 파트너 스페이스(공유 업무 라운지)는 여전히 사용할 수 있는데다가
원한다면 파트너님들의 조언도 포트폴리오사들만큼은 아니지만 양팔걷고 도와주겠다는 고마운 점도 남았다.
3개월 동안 거의 하루종일 함께하던 앤틀러 3기 구성원들과는 이제는 마치 가족과 같은 감정을 나누고 있다. 비록 중간에 하차하거나 출석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앤틀러는 10월부터 시작했었다. 용감하게 매일 일기를 쓰겠다는 다짐을 하고 쓰게 된 첫 글
(당연히?) 꾸준히는 못썼다ㅋㅋㅋ
왜 못썼냐고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사실, 중간에 약간 영혼이 빠져있었던게 아닐까, 정신이 빠졌다기보다 그냥 앤틀러에 흡수당한 느낌적인 느낌 그런 느낌.
무지 바쁜 정규일정에 내 모든 것을 쏟아부으려 애쓰다보니 내 스스로에 대한 자각이 되지 않았고 집에서 자면 여유로운 하루인 것이고 파트너 스페이스에서 밤을 새는 일도 다반사였다. 화요일에는 아이디어 스프린트를 저녁 늦게까지 하고 목요일엔 쉴새도 없이 부트캠프는 밤을 새워서 진행했다. 금요일에 정신을 차리고 나면 어느새 토요일이고 눈을 좀 붙이면 다시 월요일이 됐었다.
뭐 그렇다고 마냥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그냥 시간가는지를 모르겠고 오늘이 내일인지 어제가 오늘인지 헷갈렸었을 뿐.
바빴던 기억은 여기까지 떠올리면 충분한 것 같고 내가 앤틀러를 시작하면서 쓴 인삿말이자 다짐글을 다시 돌아본다.
읽어보니 비록 투자를 받지는 못했지만 앤틀러를 시작한 이유, 목표는 이루게 된 것 같다.
코파운더, 그러니깐 동업자를 찾았다.
내가 찾은 동업자는 위에서 이야기한 것 처럼 팀에 자신을 모두 갈아넣는 사람이다. 정확히는 "워크이즈 라이프"라고 할까?
미래를 알려면 과거를 보라 라고 했다. 이 사람의 과거를 돌아보니 미래가 보였다. 적어도 힘들다고 그만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직무능력이 뛰어나거나, 자본금이 많거나, 인맥이 많은 사람들도 참 매력있었지만 나는 이 사람을 선택했다.
일종의 욕심이고 후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내가 직접 이뤄내고, 벌고 싶다. 나는 지금 뛰어난 사람에게 업혀갈 생각이 없다.(사실 그럴 생각이었으면 이미 고맙게도 일정 궤도 위에 오르셨음에도 함께하자 연락주시는 분들과 함께 했을 것이다)
사실 완전 잘 맞는 찰떡궁합이라고는 말할 수 없겠다. 다만 치고박고 싸우더라도 공동의 회사를 위해, 목표를 위해 갈 수 있겠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벌써 각각 서로 다른 도메인의, 무려 3번의 아이디에이션을 진행하고 피벗했으며 심지어 그 짧은 기간에 사람도 잃어보고, 실험도 해보았다.
지금은 돌고 돌아 나의 도메인에 도착했다.
나는 개발자 출신의 창업자이다. 처음에는 개발자는 가진 도메인이 없고 다른 사람들의 도메인을 실현시켜주는 도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내 생각이 틀렸었다. 나는 기술이라는 도메인을 가지고 있었다(!)
4천 5백만 명의 개발인구가 모두 쓰는 서비스를 만드는게 이번 서비스의 꿈이다.
그럼 매출이 얼마나 나오냐고? 무려 1경 3500조 원이다. 하지만 보통 가정이 성립했다고 표현할 수 있는 최소치는 전체 시장의 10% 라고 한다. 그럼 1,350조. 여전히 말도 안되어보이고 행복한 숫자다. 천조국이 아닌 천조서비스를 꿈꿀 수 있는 이번 아이템이 잘 됐으면 좋겠다.
나는 아직,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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