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Early-stage VC인 앤틀러의 한국 프로그램, 앤틀러 코리아에 세번째 기수로 참여하게 되었다.
사실 8월 중순부터 함께했고 그동안 창업일지를 쓰며 내가 주변에 알게 모르게 말하고 다녔지만 공식적으로 나 이거 한다! 하는건 이 게시글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굳이 이렇게 알리고 시작하려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으라고, 10월 1일을 맞아 앞으로의 내 순간들을 새로운 부대에 담아보겠다는 상징성이고 한편으로는 떠벌림 효과로 인해서라도 성공하기를 기대하고있다. 이제 시작하는거 제대로 해볼거라는 떠벌림, 응원해달라는 작은 마음 😋
이전의 나
사실 앤틀러 코리아에 지원하기 전에도 나는 창업 부트캠프를 시도했었다.
하지만 본업과 겸하며 사이드 프로젝트 정도로 활동하는 팀원들은 팀 프로젝트를 함께함에 있어 주관없이 행동하거나, 본업에 치여 자신이 맡은 바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들을 발생시켰고 내 기대치를 맞춰주지 못한다고 판단해 이 프로그램에서 뜻이 맞았던 다른 한분과 자진하차하며 진짜 창업을 해보고자 몇 주동안 함께 하였는데 이 분 마저도 지금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 보다 본업에 열중하여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라는 말씀과 함께 헤어지면서 나는 창업은 팀에 자신을 100% 투자하는 구성원과 해야겠다는것을 다짐한다.
7월까지 여러 지원사업들을 알아보며 이정도 지원이면 나 혼자 창업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자신만만해져서 시도해본 첫 번째 피칭 겸 데뷔는 그렇게 강조했던 진짜 시장과 진짜 고객의 중요성에 대해 귓등으로 들었는지 지원사업의 합격과 서비스의 설계에만 몰두해버린 나의 실수로 놓쳐버린 시장 자체가 없다는 사실의 검증과 광고트래픽 이상의 BM 을 찾을 수 없다는 등 아이템의 기반자체가 망가져버려 피봇을 결정한다.
이런 좌충우돌을 겪으며 내가 창업씬에 뛰어들고나서 깨닫게된 가장 아쉬었던 나의 내향적이고 수동적이었던 성격은 다양한 활동들을 통하여 점차 능동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으로 바뀌어 나갔다. 나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나의 배경을 영업으로 착각할 정도로 낯선 사람들과 서스럼없이 얘기하고 행동하며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내 명함을 돌려가며 먼저 인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앤틀러가 들어왔다
그러던 어느날 앤틀러 코리아 라는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의 아웃바운드 메시지가 다가왔고 보아하니 꽤나 매력적인 프로그램이었다.
글로벌 VC 라는 특징과 탄탄한 어드바이저, 파트너 집단.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앞으로의 네트워크는 꽤 먹음직 스럽게 보였다. 그리고 내가 이전에 겪고 다짐했던 것들을 앤틀러는 해결해줄 수 있어 보였다.
우선 앤틀러는 퇴사, 또는 퇴사에 준하는 상태로 100% 앤틀러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참여자를 모집한다.
이거야 말로 내가 겪었던 경험 중 PTSD 급으로 중요하다고 각인된 부분이고 이는 나에게 정말 와닿는 요건이었다.
앤틀러는 서울 마포구 공덕 서울창업허브 내에 사무실과 라운지를 운영한다.
이전 창업 부트캠프에서는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대여해주는 프로그램이 없어 실제로 함께 일을 하려면 골치아펐던 기억이 있다. 사업초기에는 당연히 살을 맞대며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나에게 이것 또한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느껴졌다.
물론 이들이 제시하는 투자계약 조건은 절대로 창업가에게 마냥 좋기만한 조건은 아니다. 투자 금액은 1억 5천에 달하지만 그에 대해 요구하는 지분의 양과 베스팅 조건은 최대한 앤틀러측에서도 손해보거나 앤틀러를 참가자가 찍먹할 수 없도록 제한해둔 것이라 볼 수 있다.
내가 앤틀러의 콜드메시지를 받은 시점은 나의 첫 아이템의 실패를 단정짓고, 새로운 아이템의 시장을 조사하고 인프라를 구성하던 와중이었고. 동시에 한창 아이디어를 피칭하면서 지인의 지인으로 우연히 티타임을 할 기회가 생긴 크고 작은 기업의 대표님들에게 거부하기 힘든 조건의 근무환경과 조건을 제시당하고 있었다.
하여 본질적으로 내가 진짜 창업을 할 것인가 아니면 전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을 해볼 것인가에 대한 꽤 깊은 고민탓에 앤틀러를 지원하는게 맞냐에 대한 고민이 연쇄됐지만 길게 고민하지는 않고 "일단 넣어보지 뭐~" 하는 밑져야 본전이지 라는 생각에 지원했다.
지원하고 나서도 고민에 고민끝에 나는 창업을 하는 것이 맞구나 라는 결론을 내렸고 앤틀러 시작까지 놀고만 있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에 창업교육을 신청해서 듣고 있어보기로 했다.
막상 들어와보니 교육 커리큘럼 뿐만 아니라 네트워킹 기회와 데모데이도 진행하고 있더라.
여기서도 좋은 사람들과 다양한 접점들을 만들고 있다.
이후로는 이런 과정들을 거쳐 합류가 결정되었다.
앤틀러와 함께하게 될 여정 소개
창업을 결심한 이후로 나 자신을 알게되는 계기들이 몇몇 있었다. 내가 알게된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나는 뭔가 세상의 큰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사명감이나, 풍선달린 집을 타고 저 멀리 계곡 언저리까지 모험해보겠다는 그런 꿈을 가진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나를 만나는 많은 사람들이 물어보것이, 핀테크사에 오랫동안 재직했는데 금융 도메인에 관심이 있냐는 질문인데 그저 나 자체가 고객이라 아이템이 낯설지는 않겠다 싶은 생활 도메인이나 3년 넘게 보고 배워 풍월을 읊는 금융 도메인이 조금 눈길이 갈 뿐 사실 나는 딱히 편애하는 분야도 없었다.
하지만 예전부터 창업과 관련된 아티클과 영상을 보면, 그리고 이번 앤틀러 pre-program 을 참여 해보며 공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도메인이나 아이템은 지금 나에게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고 당장 먼저 해야하는 것은 좋은 팀을 꾸리는 것이라고. 해결해야 할 문제나 The Right Thing 은 팀을 꾸리고나서 함께 고민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앤틀러에서 먼저 팀을 꾸리는걸 목표로 하겠다. 처음부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성공하겠다! 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앞으로 2인 3각을 하듯 손발을 맞추고 머리를 맞대어 멀티코어로 고민할 잘 맞는 사람들을 찾고 싶다.
단순하게 팀을 꾸리겠다! 가 아니다. 정식으로 프로그램이 시작하는 날부터 첫 팀이 꾸려지는 날까지 정해놓은 사람들을 하루에 한명씩 꼬셔보려고 한다 😘 그것이 꼭 앤틀러 내부 사람이 아니더라도 ...
앤틀러 프로그램은 6개월 간 진행되며, 총 2단계로 나뉜다.
1단계에 예비 창업자들은 네트워킹과 여러차례의 부트캠프를 통해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코파운더를 찾고 팀을 구성한다. 또한 앤틀러 파트너 및 창업가들의 클래스와 코칭을 통해 밀도 높은 비즈니스 검증 과정을 반복한다. 나는 이 단계에서 최대한 빠른 검증과 후퇴를 반복해볼 생각이다. 사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중요하지만 네트워킹으로 모든것을 알 수는 없다. 적당한 대화를 해보고 아 이 사람이랑 적어도 대화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으면 바로 팀을 만들어 시도해보는 것을 반복할 것이다.
1단계에서 팀 빌딩 및 아이디어 검증에 성공한 팀에게는 앤틀러가 최대 1.5억 원(Pre-seed)을 직접 투자하고, 투자 유치에 성공한 팀에 한하여 2단계에 돌입한다. 이 단계 부터는 프로토타입을 구현해보고 초기 고객을 확보하는 등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집중 액셀러레이팅을 진행한다.
앞으로의 나
사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주저리주저리 글을 쓴 적이 있다.
대략 6개월에 거친 기간동안 내가 어떤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 어떤 길로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담긴 긴 글인데
결론만 말하자면 꽤나 잘 가고 있는 것 같고, 앞으로도 잘 가볼 것이다.
나와 함께할 많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내가 요즘 밀고있는 멘트를하면서 글을 끝내겠다.
함께할 때 "이 사람 진국이다"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동료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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