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을 상대하면. 면접후기
주니어가 시니어를 평가하게 된 일.
초보 면접관
이번주 주말, 난 하루도 못쉬었다.
개인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동아리 넥스터즈의 면접 덕분. 특이한건 면접자로써의 면접이 아닌 면접관으로써 면접이였다.
일생동안 면접볼일은 많아도 면접관은 해볼 기회가 많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겨우 나란 애가 이 일을 벌써 두번째 치뤄본다.
첫 번째는 고등학교 동아리 면접이였다. 인원도 그다지 많지않고 학년마다 한 기수씩 필요했기에 그 기수의 모든 인원이 참가하긴 했다.
그런데 채 5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두번째 경험을 하게 되었다.
서류에서부터 200명 남짓의 지원자를 받아 겨우겨우 100명 아래로 걸렀는데 이젠 면접이라니.
10명도, 20명도아닌 무려 100명이다.
물론 몇천, 아니 많게는 만명에 달하는 대기업 공채나 공무원 면접에 비하면 엄살일지 모르겠지만 충분히 힘들었다.
무엇보다 내가 잘하고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는 실력이면 모르겠지만 이래뵈도 난 아직 주니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부끄러웠다.
요리도 많이 먹어본사람이 잘한다고, 면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선은 여러 면접 후기를 찾아본다.
면접 당하는 사람이 생각하는 좋은 면접은 무엇일까(물론 가장 좋은 면접은 합격한 면접이겠지만)? 혹여나 면접으로 나쁜 인식을 쌓게 되면 안될텐데.
그리고 면접 때 좋은 질문은 무엇일까? 면접관이 하면 안되는 말이 뭘까?
모르는게 너무많았다... 나는 그래서 아예 시각을 바꿔보기로 했다.
면접관이 아닌 면접자의 시각으로
나는 면접관으로써의 경험이 많은가? 분명히, 당연히 아니다.
그럼 면접자로써의 경험은 많은가? 작은 학교 동아리 면접에서부터 대기업, 공기업 면접까지 하나하나 세보니깐 무려 23번이 나온다.
내가 생각해도 내 나이대 고려하면 많은 면접 경험이다. 이게 면접관으로써의 이점이 될 수 있을까 한다면, 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찾아본건 그동안 내가 제출해온 서류들과 이력서, 그리고 내가 겪어본 면접질문과 답변들을 정리해놓은 문서였다.
빅데이터란게 별거 없다 그냥 내가 무작정 휘갈겨놓은 기록들에서 어떤 질문에 대답을 못 했었는지, 어떤 질문에 감동받거나 아차 싶었는지... 많은 질답을 보다보니 어느정도 보이는 듯 싶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세상 사람이 다 나같은 사람들도 아니고 사람마다 다 다른데 나 혼자의 케이스만으로 면접 질문을 만들자는건 말도 안되니
다음으로 찾아본건 잡플래닛. 내가 이직 준비할때 내 브라우저의 히스토리를 빼곡히 차지하던 사이트다.
물론 재직중에도 애용한다, 재직중인 회사의 리뷰를 작성할 수 있는 기능때문. 이 기능으로 전 회사의 안좋았던 점들을 리뷰하여 별점이 깎이는 모습을 보며 미묘한 쾌감(?) 을 느끼곤 했다.
어쨌든 이 사이트는 특이하게 면접후기를 남길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이 곳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면접자들이 직접 면접 내용도 작성해주고 면접 경험을 부정적, 보통, 긍정적으로 표현해놓은 선택지도 있고 그에 따른 면접자의 면접 결과도 알 수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인사이트인가.
이런 식으로 질, 답을 수집한 결과 스스로 보기에도 꽤나 괜찮은 면접 평가 기준을 도출할 수 있었다.
개인별 질문
가장 난감했던 부분이다.
서류만 보고 질문을 만들 수 밖에 없는 개인별 질문은 면접 평가에 커다란 영향을 행사하지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왜냐하면, 제출한 서류 상으로는 이 사람이 무슨 프로젝트를 했고 어떤 경험을 해왔는지는 알 수 있으나 프로젝트나 경험에서 맡은 정확한 역할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모두들 "내가 다했고, 힘들었지만 리더쉽있게 열심히하여 이루어냈다" 라는 공통적인 결론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듯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개인별 질문들을 주로 서류에서 알 수 없었던 것들을 물어보는 방향으로 만들어 보았다.
"~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는데 이 프로젝트에서 맡았던 역할이 무엇이며 팀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가?" 혹은 "OO님이 만든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과 그 로직을 설명할 수 있나요?" 라던지.
생각보다 내 질문들이 제대로 작동한 것 같았다.
아주 그럴듯한 프로젝트를 서류에 기술해놓았으나 팀에 묻어간걸 철저히 숨긴 사람은 이 질문에서 사실을 실토하였으며 남이 만든 소스를 이해하는 과정 없이 그대로 베껴서 만든 경우는 역시 자신의 로직을 제대로 설명해내지 못했다.
물론 이 질문을 통해 찾아낸 진주들도 많았다. 서류 그대로 진짜 프로젝트를 '캐리' 해낸 사람도 있었고 여러 오픈소스를 통해 자신만의 로직을 구현 해낸것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이것들 이외에도 생각치 못한 부가적인 효과도 있었다는게 개인별 질문을 만든 보람을 느끼게 해준 부분.
동료 면접관들도 면접자들도 설마 서류를 하나하나 다 읽어서 질문하리라는건 생각지도 못했는지 뜻 밖이라는 눈치, 어쩌면 감동의 눈치였다.
이게 충분히 단체에 좋은 이미지를 주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바라는 부분ㅎ.
기 빨리는 면접
아무리 이틀동안 봤지만 하루당 최소 30명을 상대한 터라 솔직히 피곤해 죽는줄 알았다. 차마 면접자들 앞에서 피곤한 티를 낼 수도 없고 엄격 근엄 진지 를 유지해야 했으니.
심지어 대면이란게 이렇게 힘든 일인줄은 몰랐다. 1:1 대면이여봤자 내가 상대방 기를 눌러버리면 되는건데 이건 뭐 4명이... '기빨린다' 라는 말의 뜻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였다.
면접은 4:4로 진행됬다. 말이 4:4지 각자 1명씩 상대하는게 아니라 각자 4명을 상대하는 상황. 그게 이틀간 30번을 넘게 반복한다.
이틀만에 평생 본 면접을 다 본기분이였다. 심지어 엄청 활동적이거나 정말 실력이 출중한 면접자분들을 만나면 그 타임은 없는 쉬는시간도 만들어서 쉬어야 할 정도.
생각했던 질문들을 시간관계상 모두 하지 못하여 그 중 정말 물어보고싶은 한 두개씩만 뽑아 질문하였는데 이건 매우 아쉬운 처사였다.
내가 만들어놓은 많은 질문들이 빛을 발하지 못해 울고 있는 느낌? #질문들아미안해
최종으로 이틀간의 면접이 종료되고 집에 돌아온 나는 오자마자 침대에 가방던지고 기절했다, 말 그대로 기절.
물론 출근 해야되는데 새벽 1시에 일어나서 5시까지 남은 평가를 계속해야 했다는건 안 비밀.
그래서 얻은게 있나?
많다. 우선 내가 그동안 면접에서 보아온 양옆 면접자들과 나의 면접태도를 되돌아보게 되었고 단체에 대한 질문타임에 어떤 질문을 해야 점수를 따는지. 그리고 어떻게 앉아있어야 괜찮은지 다른 면접자가 대답할때 어떻게 하고 있어야하는지 등.
무엇보다 지원자들이 기대하는 단체의 모습을 알 수 있었고, 우리의 장점이 무엇인지 다른사람의 시각으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면접의 근본적인 목적. 좋은 사람들을 얻은거라면 그보다 더한게 뭐가 있을까.
이번달 말부터 활동이 시작되는데 어떤 사람들인지 직접 겪어보고싶다.
내가 제대로 판단한건지, 아니면 착각을 한건지는 두고 볼일인듯 싶다.
좋은 경험이였고 책임감을 제대로 느끼고있다. 면접을 본 면접자들과 똑같이 나도 면접결과가 좋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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