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삼성처럼 일하라. 책을 '리뷰' 하기에 앞서 오랜만에 손에 책을 쥘 생각을 하게 해주신 대표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제목에서부터 삼성처럼 일하라 길래 당연히 진부하고 지루한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정작 이 제목 때문에 끌린 것이기도 하고
전혀 지루하거나 진부하지 않았고 오히려 책을 읽던 도중 아 이건 정말 그냥 보고 넘어가면 안되겠다 싶어 이면지를 뒤집어 메모를 시작하게 만드는 내용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물론 책을 다 읽을 때쯤에 5장의 메모가 적혀져 있을 줄은 몰랐다...
책의 저자는 실제로 삼성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으로 이 책의 독자들에게 그 동안의 교훈과 꼼수들을 전수해주려 노력한 것 같다.
읽어가면서 워낙에 자세히 묘사한 상황덕분에 나는 실제로 삼성의 그룹 장이 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여기서 그룹 장은 이 책의 저자다.
막연하게 일을 잘하라. 보단 어떻게 해야 일을 '잘' 하는 것인지에 대해 꼼꼼하게 짚어주었으며 또한 정말 있었던 일임을 증명하는 듯 실제 사례가 꼬박꼬박 적혀있었다.
이 책은 년 단위로 큰 구성을 잡고 있었고, 1년차 까지는 정말 내가 취업 후 1년동안 느껴온 그것이 있었다.
시간, 보고서, 회의, 기록, 옷, 퇴근, 정리, 사장처럼 일하기, 출장, 임원, 접대, 인간적인 매력 등등
많은 키워드들이 있지만 나에게 정말 뜨겁게 와 닿은 키워드들만을 독서 기록에 남기기로 했다.
먼저 "시간".
첫 취업 후 나는 신촌의 별도 사무실에 위치했던 뉴벤쳐전략기획본부로 출근하였다.
직접 채용 설명을 하러 오셨던 차규원 과장님의 방침 덕에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일을 하게 되어 "아 직장생활이 이렇게 재미있는 건가?" 라는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지만
그 자유로움 속에서도 철저한 관리 덕에 내 자신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비록 별로 지나진 않았지만 나의 학창시절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성적이 나쁘진 않으며 선생님들과 가깝게 지내고 친구들과 트러블도 없지만
거의 유일하게 단점이 있었다면 출결이었다. 워낙에 잠이 많고 저녁 형 인간으로 생활해온 터라 그나마 가까웠던 초등학교, 중학교와는 달리
대중교통을 이용하고도 1시간이 걸리는 등교시간을 3년동안 의지로 이겨내질 못했던 것 같다. 고칠만하면 크게 한번 늦고 또 괜찮아지려면 늦고.
이 잘못된 습관을 고치지 못한 채로 취직을 하여 차과장님과 일을 하던 중 다시 있어서는 안 되는 같은 일이 또 발생했다.
출근시간은 되도록 늦춰주셔서 오전 10시였고, 초기에 차과장님의 혹시나 일이 생기면 연락을 남기고 지속적으로 연결이 될 수 있도록 해주라는 당부에도
거의 11시 남짓될때까지 잠에 빠져 있다가 벌떡 일어나서 시계를 보니 12시 10분전.
취직을 해서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질렀다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하고 울먹거리기 직전까지 되어 재빨리 준비를 하고 출발 후 바로 연락을 남긴 게 12시 5분전.
버스를 타면 더욱 늦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동생 자전거를 몰고 지름길로 향했다.
드디어 사무실 앞에 도착, 1시 20분.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면서 든 생각은 난잡하기 그지없었다.
'어떻게 하면 이 죄송함을 모두 말씀드릴 수 있을까, 아니 죄송하다고 이 잘못이 용서되는 것도 아닌데? 직장에서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사무실에 올라가 문을 열었는데 아무도 없었다. 다시 한번 확인전화를 드려보니 식사 중이라고 하신다. 내가 아침도 거르고 점심도 못 먹고 나왔다는 사실은 잊은 채로 헐레벌떡 뛰어와 마구 뛰어대는 심장과 선선한 날씨지만 무리해서 달려와 마구 흐르는 땀을 닦으며 약 40분을 기다렸다.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동료들과 대리님. 뜻 모를 미소를 날려주시고 자리에 앉아 늦은 이유에 대해 물어보시니 늦잠이라 답하였고, 픽 웃으셨다.
과장님은 들어오시지 않았다, 그저 모두 오신 뒤 몇 분 후 메시지로 1층으로 따로 내려오라고 하셨을 뿐.
다시 한번 엘리베이터의 아래 버튼을 누르며 올라올 때와 동일하지만 좀더 이성적인 생각을 했다.
내가 내려가서 과장님을 발견했을 땐 이미 한 개피는 재떨이에, 두 개피째의 담배를 물고 계셨고 한마디를 날려주셨다. "왜 늦었냐?"
대리님에게 드린 것과 같이 바로 늦잠이라 답하였고, 역시 픽 웃으셨다. 그리고는 여러 말씀을 해 주신다.
"지각 때문에 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팀의 구성원 중 한 명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팀에 큰 문제일 뿐만 아니라 너에 대한 신뢰에도 흠집을 낸다."
"너는 오전 10시출근이라는 팀원간의 약속을 어긴 것이다."
"이건 의지의 문제다, 나도 굉장히 아침잠이 많은 사람이라 지각을 자주 했었다. 비록 지금 완벽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고치려고 노력했고, 많이 고쳐졌다. 네가 고치려는 의지를 가진다면 분명 이 나쁜 습관은 고쳐질 것이다."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지 못해 왜곡이 있을 수도 있지만 대충 이런 얘기들을 해주셨다.
여기서 내가 놀랐던 건 이분이 노발대발 화내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분명 화내실 것이고 앞에서 최대한 죄송하게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내가 부끄러웠다.
그 이후로 절대 지각은 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빙빙 돌아가는 버스보다는 자전거를 구입하여 출퇴근에 활용하고, 핸드폰 알람으로만 끝내지 않고 시계와 동생 핸드폰까지 동원하여 알람을 울리고, 자기 전엔 몇 시에 꼭 일어나야 된다고 스스로 암시하고.
많이 바뀌었다. 나 역시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요즈음은 출근하면 혼자거나, 두 세분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내 경험을 여기 길게 풀어 썼지만 결국에 느낀 점은 책에서 저자가 남겨준 것과 동일했다.
내가 지각을 했다면 3분을 늦던 5분을늦던, 혹은 왕창 늦던 간에 이건 겨우 몇 분 늦은 것의 가벼운 문제가 아니라 약속을 어긴 것의 큰 문제다.
이 일이 있기 전까지 지각이 그저 가벼운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를 확 바꿔주는 계기였다고 본다.
그리고 "회의"
이 책의 저자는 일을 위한 설계도, 완성형태를 미리 접하는 과정 이라고 비유하였다.
내가 처음 UI솔루션본부로 부서를 이동했을 때 첫날 나의 소개에 이어 팀 회의에 참가하였다.
내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겠지만 이 부서의 일과 분위기를 알려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이 회의 중 느낀 것이 하나 있었다. 다들 자신의 필기장에 회의내용을 필기하여 가져가셨다.
하지만 공유되는 회의록은 없었다. 첫 회의 때는 '아 그런 가보다..' 로 넘기고 나 또한 그냥 메모만 하여 보관했지만
다음 날부터 근무하면서 계속 생각이 났고 팀 인원이 바뀌고 새로운 팀장님이 들어온 후 개발2팀 회의 때는 하나하나 꼼꼼히 메모하고 문서화하여 전체메일로 공유하였다.
이 날은 팀장님께 고맙다는 말씀을 처음 들어 본 날이기도 하다.
이는 "기록" 과 "정리"에 연관되었다.
UI솔루션본부로 옮겨오면서 일을 열심히 하고 본부 분들과 친하게 지내봐야겠다 라는 생각과 같이 해왔던 또 다른 생각이 있었다.
현 본부로 옮겨오기 전 이웃농촌본부에서 이웃농촌의 소스를 인수인계 받아 진행했던 일이 있었는데 진행하시던 분들은 소스 관리 툴로 SVN을 쓰고 있었다.
학창시절에도 친구들끼리 대회를 나가거나 할 때 git이나 SVN을 써왔기 때문에 소스관리가 체계적으로 잘 되고 있다고 생각 했으나, 받아보니 별로 좋은 느낌은 안 들었던 것 같다.
SVN에 제대로 push되지 않은 최신 소스들. 소스들이 서로 꼬여 업데이트 받은 후에 정리과정을 거쳐야 하는 불편함 등 SVN의 최대 장점인 결과물 공유를 통한 원활한 협업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현 본부로 와서 처음 든 생각은 일단 '내가 만든 소스부터 그 동안처럼 제대로 정리하고 백업해놓자' 였고 임시나마 나의 PC와 google drive에 지금까지 작업해온 소스들을 백업하고 있다.
최근에는 256GB 라는 용량에 뉴벤쳐전략기획본부와 이웃농촌본부에서 작성한 소스, 문서들과 함께 자리잡게 된 최근 소스들이 더 이상 새로 저장할 수 없을 지경에 도달해
본부장님께 새로 하드드라이브의 구매품의서를 올리려는 생각이긴 하지만 필요한 이유와 앞으로의 사용 성을 확실하게 전달 드리기 위해 대기 중이다..
이렇게 해오면서 다짐한 내 목표는 UI솔루션본부가 맡고 있는 브랜드들의 소스를 정리하고 백업하여 개발자들을 편하게 하고 인수인계 또한 원활하게 하며 더불어 회사 전체 개발문화를 바꿔보자는 것과 내가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중학교 때 개발한 프로그램을 보며 부끄러워했던 것과 같이 높은 직급에 올라 사원 때 작성했던 것들을 보며 웃음을 머금는 것이다.
아부라고 생각해왔던 "충성". 이 키워드는 저자의 접근이 새롭다고 느껴져서 기억에 남았다.
며칠 전에 팀장님이 새로 입사하신 후 본부 전체 인원이 모여 점심식사를 한 날이었을까, 팀원 두 분과 함께 탕수육 내기를 한 적이 있다.
나는 졌고, 탕수육을 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계산할 때가 되자 팀장님이 딱 외친 말씀. "오늘 점심은 제가 내겠습니다!"
이때 내가 탕수육 값을 계산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에 장난스레 던진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팀장님!"
충성이라는 단어를 보고 생각난 일이다. 저자의 충성은 이와는 좀 다른 좀더 복잡한 "충성" 이였다.
저자가 서술한 "충성"은 '자신의 방식을 버리고 상사가 가진 방식, 상사가 원하는 수준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상사의 입장이 되는 것'
이는 '타인의 시각, 타인의 입장이 되어 장점을 끌어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으로 해석하였고 이는 벤치마킹으로 돌출되었다.
저자는 “충성”을 '벤치마킹'에 비유한 것이다. 보통 나쁜 뜻으로 '아부' 라고 치부해온 "충성" 이지만 저자 말대로 내 방식을 접어두고 상사의 방식을 따라 "충성" 하여 나 자신을 발전시키는 행위라고 새롭게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메모 해놓은 것은 더욱 많지만 느낀 점이 흐려지는 것 같아 마지막으로 "인간적인 매력" 이다.
업무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료직원이나 상사와 불화가 생기면 어떠한 방식으로든 진행에 피해를 줄 것이다. 동료와 상사에게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일만 잘하기보단 사람을 대함에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인간관계만 맺겠다는 게 아니다, 일을 잘하는 건 기본전제로 깔고 나가야 되는 것일 테니깐.
내 생각에 이 책에서 저자가 가장 많이 언급한것은 두가지였다. 그리고 나 또한 이 두가지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실천해보려 한다.
"자신의 업무만 생각하지 말고 업무의 전체흐름을 파악하여 내 행동이 어떻게 이 업무에 영향을 끼칠지 생각해본다."
"업무를 꿰뚫어봄을 통해 미래에 어떤일이 생길지 예측해서 대응해라."
많은 주제에 대입해봐도 불협화음을 내는곳이 없이 이 두가지만 지키면 업무에 있어 흠을 보이진 않을것 같다.
비록 글로 배웠지만 책에서 배운 '삼성에서 일하는방법' 을 최대한 활용하여 업무에 적용해보겠다.
나중에 아 이책에서 느낀대로 행동하니깐 정말 대박이다. 싶으면 앞으로 들어올 후임에게도 이 책을 추천해 봐야겠다.
여담으로 책을 읽다가 회사 명함을 한장 발견했다.
Color & Telecommunication. 이번 창립기념일날 그렇게 새로운 사명의 뜻을 강조하시던 이유를 알았다ㅋㅋㅋ
책 기부해주신 고마운 부장님, 덕분에 좋은 책 접할 수 있었습니다.
발견한 명함은 고이 명함첩에 끼워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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